생활 by hussy

생활

 

 

자유라고 생각했던 뜨거운 침대 속에서 나와

꿈틀 꿈틀거리며

 

현관 앞에 서서 열려진 문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고

복도로 들어서면.

 

내 두 다리를 얽매이듯 감싸오는 한 가지가 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수없이 맞물리는 태엽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적인 가리킴.

 

네모졌는지, 둥그런지는 몰라.

바늘이 달려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고

태엽이 움직이는 것은 확실하다.

 

철컥 거리는 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기 전에

내 두 발을 얽매인다.

 

시간의 압박감.

 

그 잔인한 소리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혐오감을 남긴다.

 

무기력해진 내 손이 차가운 벽면 위

자동 승강기의 버튼을 누른 후

두 귀를 막는다.

 

잠시 후

나를 집어 삼킬 듯 입을 크게 벌린

자동 승강기의 새하얀 입속으로

내 몸을 싣는다.


시간을 달리다- by hussy

시간을 달리다-

 

 

 

이번 주, 그래. 바로 이번 주에 난 과거로 돌아왔다.

 

수능 일이 내겐 분명 150일 정도가 남았었어.

같이 있던 친구도 내게 그렇게 말했거든.

그때 적었던 글도 내 책엔 있고.

너무 겁이 나서 한 100일 정도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무의식중에 바로 생각을 했지.

 

그리고 나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달력을 바라보았는데

 

100일이 더 생긴 거야.

250일 이라는 숫자.

200이라는 숫자를 보고나서

정신이 멍해졌어.

 

분명 난 150일이라 되게 스트레스 받고 있었거든.

 

아무도 믿지도 않는데.

내 머릿속에만 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웅크린 매는 맨날 잠잔다. by hussy

웅크린 매는 맨날 잠잔다.

1월의 늑대가 되고 싶어.
2월의 태양도 탐나지만.
3월의 양은 별로야.


4월의 매는 아주 맘에 들어.
5월의 황소도 좋아.
6월의 불꽃도 하고 싶어.
7,8월의 나무와 달빛은 관심 없어.

9월의 말은 갖고 싶어.
10월의 돼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11월의 하늘은 너무 벅차.

12월의 바람은.
내가 바라던 그 것일 거야.

난 언제 쯤 깨어나서 무엇을 맨 처음에 보고,
무엇을 처음으로 하고 싶어 하고
어떤 것을 할까.

난 그게 궁금해.

그러고 보니 
내 태몽. 굉장한 건데.

알이거든. 황금 알.
교회 재단에서
빛줄기를 받으며 내려온 황금 알.
그 여자의 두 손 위로 올려진 황금알.

알이라서 조류인가.
매.
웃기다.

뭔가 맞는 것 같네.
요즘 잠이 쓸데 없이 많이 온단 말이야.
추워서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맨날 자.



요술 상자 by hussyhani

요술 상자.

 

 

있잖아.

가끔씩 아파트 주차장이나

차를 타고 갈 때 마다

보이는 트럭 위 짐칸에 있던 상자 같은 것 말이야.

 

그 안에 너는 뭐가 들어있다고 생각해?

자물쇠로 잠겨 진 그 상자.

 

나는 어릴 적에 그 상자 안에 드라큘라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 안에서 잠들어 있다고 말이야.

 

자물쇠를 열면

양 손을 가슴 위로 엑스 자 모양으로

두고 잠들어 있는 드라큘라가 나를 보고 눈을 뜨는

상상을 하곤 했어.

 

실은 너무 궁금해서 몰래 핀 하나를 가지고 트럭 위로 올라가

자물쇠를 열려고 했었어.

열리진 않았지.

굳게 잠겨 있었어.

얼른 내려왔지.

어른들한테 혼날까봐, 정말 가슴이 뛰었어.

 

오늘 차를 타면서 오고 있는 데

트럭 한 대가 보였어.

그 위에 그 수상한 상자가 놓여있었지.

뭐가 들었을까.

요즘은 하도 세상이 험난하니까.

 

연쇄살인범들이 시체를 숨겨놨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왠지 상자 밖으로 팔이 삐져나와있을 것만 같아.

 

어쩌면 마술사의 마술상자 일지도 모르고

마녀의 요술 상자 일지도 모르잖아.

 

여러 가지가 있을 요술 상자말이야.

 


허기 by hussyhani

허기

 

맞아. 난 너와 같았어.

배고픔에 몸을 베베 꼬꼬서 길을 걷고 있었지.

친구와 같이 걷던 길.

 

조용히 친구와 얘길 하며 걷다가

우연히 너와 마주쳤지.

 

난 그때 새우 얘기를 하고 있었어.

친구네서 새우 볶음밥을 맛있게 먹었었거든.

사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는데

난 그게 마음에 들었어.

그 친구가 주먹밥을 가지고 왔었는데

그 안에 달랑 큰 새우 한 마리가 들어있었거든.

그것마저도 아무 맛이 나지 않았는데

난 그게 좋았어.

 

넌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

입에 무언가를 물고서.

넌 되게 튀었어.

 

온통 검은색의 너는 눈만 빛났거든.

나와 멈춰선 내 친구를 고갤 돌려 쓱 한번 보더니,

너는 다시 관심 없다는 듯 풀숲으로 들어갔어.

 

나와 내 친구는 널 보기 위해

풀숲 앞에 서서 두리번거렸지.

풀잎 사이, 그 작은 틈 사이로 너의 두 눈동자가 보였어.

말똥말똥한 너의 그 눈동자는

나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어.

 

난 네게 인사를 건넸지만.

너는 새침스럽게 한번 받아내고는,

내게서 눈을 돌렸지.

 

풀숲 사이로 보이는 네 입에

물려 있던 그 아이가 불쌍했어.

힘없이 눈을 내리깔고서 축 늘어진 채로

눈만 꿈뻑꿈뻑.

 

너의 움직임에 몸을 움찔하더니

곧 다시 축 늘어지더라구.

 

그치만 네가 문 아이.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랐어.

 

지하계단이나 우리 집 복도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쪽에

위치한 싱크대 서랍 안에 있던 아이들과는 달랐어.

 

온통 검은 색의 노란 색 눈을 가진 너와는 달리

등 쪽에는 연갈색 털을 가지고 배 쪽은 하얗고 눈동자가 까맸어.

보통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

덩치는 조금 컸지만, 네가 적합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 아이를

물었다는 것을 난 알아.

 

하지만 난 그냥 아무 소리 하지 않았어.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던 너를 두고 나는 내 친구와 걷던 길을 다시 걸었어.

 

우린 그저 배고팠을 뿐이니까.

 

너도,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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