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상자.
있잖아.
가끔씩 아파트 주차장이나
차를 타고 갈 때 마다
보이는 트럭 위 짐칸에 있던 상자 같은 것 말이야.
그 안에 너는 뭐가 들어있다고 생각해?
자물쇠로 잠겨 진 그 상자.
나는 어릴 적에 그 상자 안에 드라큘라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 안에서 잠들어 있다고 말이야.
자물쇠를 열면
양 손을 가슴 위로 엑스 자 모양으로
두고 잠들어 있는 드라큘라가 나를 보고 눈을 뜨는
상상을 하곤 했어.
실은 너무 궁금해서 몰래 핀 하나를 가지고 트럭 위로 올라가
자물쇠를 열려고 했었어.
열리진 않았지.
굳게 잠겨 있었어.
얼른 내려왔지.
어른들한테 혼날까봐, 정말 가슴이 뛰었어.
오늘 차를 타면서 오고 있는 데
트럭 한 대가 보였어.
그 위에 그 수상한 상자가 놓여있었지.
뭐가 들었을까.
요즘은 하도 세상이 험난하니까.
연쇄살인범들이 시체를 숨겨놨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왠지 상자 밖으로 팔이 삐져나와있을 것만 같아.
어쩌면 마술사의 마술상자 일지도 모르고
마녀의 요술 상자 일지도 모르잖아.
여러 가지가 있을 요술 상자말이야.
허기
맞아. 난 너와 같았어.
배고픔에 몸을 베베 꼬꼬서 길을 걷고 있었지.
친구와 같이 걷던 길.
조용히 친구와 얘길 하며 걷다가
우연히 너와 마주쳤지.
난 그때 새우 얘기를 하고 있었어.
친구네서 새우 볶음밥을 맛있게 먹었었거든.
사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는데
난 그게 마음에 들었어.
그 친구가 주먹밥을 가지고 왔었는데
그 안에 달랑 큰 새우 한 마리가 들어있었거든.
그것마저도 아무 맛이 나지 않았는데
난 그게 좋았어.
넌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어.
입에 무언가를 물고서.
넌 되게 튀었어.
온통 검은색의 너는 눈만 빛났거든.
나와 멈춰선 내 친구를 고갤 돌려 쓱 한번 보더니,
너는 다시 관심 없다는 듯 풀숲으로 들어갔어.
나와 내 친구는 널 보기 위해
풀숲 앞에 서서 두리번거렸지.
풀잎 사이, 그 작은 틈 사이로 너의 두 눈동자가 보였어.
말똥말똥한 너의 그 눈동자는
나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어.
난 네게 인사를 건넸지만.
너는 새침스럽게 한번 받아내고는,
내게서 눈을 돌렸지.
풀숲 사이로 보이는 네 입에
물려 있던 그 아이가 불쌍했어.
힘없이 눈을 내리깔고서 축 늘어진 채로
눈만 꿈뻑꿈뻑.
너의 움직임에 몸을 움찔하더니
곧 다시 축 늘어지더라구.
그치만 네가 문 아이.
보통의 아이들과는 달랐어.
지하계단이나 우리 집 복도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쪽에
위치한 싱크대 서랍 안에 있던 아이들과는 달랐어.
온통 검은 색의 노란 색 눈을 가진 너와는 달리
등 쪽에는 연갈색 털을 가지고 배 쪽은 하얗고 눈동자가 까맸어.
보통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
덩치는 조금 컸지만, 네가 적합하지 않은 방법으로 그 아이를
물었다는 것을 난 알아.
하지만 난 그냥 아무 소리 하지 않았어.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던 너를 두고 나는 내 친구와 걷던 길을 다시 걸었어.
우린 그저 배고팠을 뿐이니까.
너도, 그리고 나도.
오늘, 너와
오늘. 오늘에서야 나는 너를 보았어.
사실 나는 너를 보고 있지 않았어.
너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 너와 같은 친구들을 보고 있었어.
난 그들을 보고 있었지.
그런데 소리가 들렸어.
너의 소리가.
한 없이 외롭고 슬픈 너의 소리는
한번으로 들리지 않았어.
너는 계속해서 울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난 너의 소리가 계속 들렸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마침내 내가 너를 발견했지.
나는 한번도 본 적 없던
너의 모습에 놀라 몸을 움츠렸어.
그런 날 바라보는 너의 눈은 냉정할 정도로
차가웠어.
너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고
나도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
난 네가 내 쪽으로 몸을 움직일 때
보았어.
네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보았어.
그것을 꾹 참고 있다는 것을.
너의 등엔 상처가 있었어.
깊게 패여 속살이 다 까여보였지.
내가 너의 상처를 보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너는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내게 울었어.
너의 소리가 얼마나 아프게 들리는 지.
도와달라는 듯한 너의 울음에도.
나는, 네게 선 뜻 다가서지 못했어.
맞아. 나는 나빠. 하지만 이미 한 번
상처받은 너는 내가 다가가도 경계를
할 거란 생각이 들어 그랬어.
난. 그게 두려웠어.
너를 어떻게 도와줘야할지를 난 몰라.
난 겁쟁이야.
한참을 망설이던 내게 넌 또 다시
상처를 받았겠지.
너의 울음은 멈췄어. 넌 내게 이미
실망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지.
난 내가 이미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할거란 것을 알아.
마침 내가 갖고 있던 봉어빵 봉지를 열어 한 개를
반으로 나눴지.
난 미안할 때 마다 늘 그랬거든.
너도 그것을
느꼈는지 너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어.
나는 머리부분을 네 앞에 있던 큰 돌에 올려 놓았어.
네가 놀라지 않게 아주 천천히.
그리고 나는 내가 있던 곳에서 한 발자국을 뒤로
더 물러났지. 우린 또 다시 한참을 마주했지.
내가 먼저 꼬리를 한입 베어먹자 그제서야
너도 한 발자국 나와 그것을 물었지.
하지만 너는 그것을 놓쳤어. 너무 뜨거웠나봐.
내겐 다 식어벌니것 같았던게 차가운 너에겐 그게 뜨거웠나봐.
너는 더 멀어진 그것을 손으로 잡아 끌어당겼어.
나와 너는 다시 눈을 맞추고 눈 인사를 나누었어.
넌 또 다시 무언가 말을 했지.
아까와는 다르게 더 길게 울던
너의 소리를 나는 알지 못해.
들어줄 수도 없어. 나는 조용히
내 몸도 너처럼 차가워질 때까지
너를 보고 있었지.
누군가가 오는 소리에
나는 네게 급히
인사를 하고 돌아왔어.
너는 끝내 그것을 먹지 않았어.
끝내 나는 너를 도와주지 못했어.
쇠창살같은 울타리 안쪽에 있던
너를, 울고있던 너를 나는 바라만보고
왔어.
지금 당장이라도 나는.
오늘 너와 함께.
어디론가로 가고 싶어.
그곳이 너를 따뜻히 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너의 상처를 지울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네가 자유롭고 편안히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이 있다면
나는 오늘 너와 함께
그곳을 향해 가고싶어.
오늘, 너와 함께라면.

